서비스 기획자로 일한 시간을 돌이켜보면 비전공자로서 IT 업계에 첫발을 내딛던 그때, “아, 이건 좀 미리 알았으면 덜 헤맸을 텐데” 싶은 것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비전공자로서 기획자가 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5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해요. 기획자를 꿈꾸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1. 기획자는 ‘생각 정리’의 프로여야 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 저는 기획자라면 화면 설계서를 멋지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기획자의 본질은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전달하는 능력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팀 회의에서 “이 기능을 왜 넣어야 하는지”를 바로 바로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아요. 이때 논리가 흐트러지면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설득되지 않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좋을 것 같아서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소통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무조건 메모 → 구조화 → 설명이라는 습관을 들였어요. 문제와 목표를 먼저 정의하고, 필요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나열해두는 거죠. 덕분에 이제는 회의 자리에서 “왜”라는 질문이 들어와도 덜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2. 개발 언어는 몰라도, 개발 언어의 ‘논리’는 알아야 한다
저는 아직도 코드를 직접 짜지는 못합니다. 그런데도 개발팀과 대화하려면 개발의 기본 논리는 꼭 알아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API’, ‘DB’, ‘배포’ 같은 단어가 외계어처럼 들렸는데, 이걸 모르니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죠. 그때 도움을 준 게 유튜브 강의와 책들이었어요. 개발 언어 자체를 깊이 배우진 않았지만,
- 프론트엔드는 화면을 담당한다.
 - 백엔드는 데이터를 다룬다.
 - DB는 서비스의 기억창고다.
 
이 정도의 논리만 익혀도 협업할 때 대화가 훨씬 매끄러워집니다. 이건 마치 외국어를 배울 때 문법은 몰라도 단어만 알아도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3. 피그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처음 피그마(Figma)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건 디자이너 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하지만 기획 문서도, 와이어프레임도, 심지어 간단한 프로토타입도 만들 수 있는 필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깨달은 피그마의 진짜 매력은 협업이에요. 실시간으로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화면을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회의 시간도 절약되고, 오해도 줄어들었죠.
처음엔 유튜브에 있는 “피그마 왕초보 튜토리얼”을 따라만 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을 시각화해서 공유할 수 있는 정도로 익히는 거예요.
4. ‘UX 감각’은 공부보다 경험으로 쌓인다
기획을 시작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UX를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UX 책을 몇 권이나 읽었지만, 막상 프로젝트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깨달은 게, UX 감각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물론 그 경험을 통한 감각도 공부를 미리 해두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앱을 직접 써보고, 사용자 입장에서 “이건 왜 편하지?”, “여긴 왜 불편하지?”라고 스스로 질문하다 보면 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쿠팡 앱을 쓸 때 결제 버튼이 얼마나 직관적인지에 감탄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 뒤로는 제가 만드는 화면에도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버튼”을 놓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죠.
5.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비전공자로 처음 팀에 들어가면 “내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기획자는 서비스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협업이 곧 업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개발 일정이 조금 밀린다고 들었는데, “그건 개발팀 문제니까” 하고 신경 쓰지 않았죠. 그런데 결국 전체 프로젝트 일정이 흔들리면서 제 책임도 생기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기획자는 모든 흐름을 챙기고,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팀이 굴러간다는 걸요.
지금은 주기적으로 팀원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가 생기면 빨리 대안을 같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같이 일하기 편한 기획자”라는 말을 조금씩 듣게 됐어요.
결국 비전공자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고 부딪히는 태도가 더 큰 힘이 되더라고요. 저처럼 첫걸음을 떼고 있는 분이라면, 너무 겁먹지 말고 하나씩 해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재밌고, 또 할 수 있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