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을 하면서 '화면을 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기획서를 전달하면 항상 빠지는 질문이 있었죠. “사용자가 이 화면에서 왜 이리로 이동하죠?”, “그다음 단계는 뭔가요?”라는 질문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획에서 진짜 중요한 건 ‘디자인’이나 ‘기능 목록’이 아니라,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흐름으로 행동하는지를 설계하는 것이란 걸요.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유저 플로우(User Flow)입니다.
유저 플로우란?
유저 플로우는 사용자가 어떤 목표(예: 상품 구매, 글 작성, 회원가입 등)를 달성하기까지 거치는 서비스 내의 경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치 지도처럼, 시작 지점과 도착 지점을 정해두고 그 사이 어떤 화면들을 거치는지, 어떤 액션을 하는지를 그려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에서 개인정보 수정’이라는 플로우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 홈 화면 →
- 로그인 버튼 클릭 →
- 로그인 화면 →
- 로그인 완료 →
- 마이페이지 진입 →
- 개인정보 수정 버튼 클릭 →
- 수정 완료
왜 기획자에게 중요한가?
비전공자인 저에게 처음엔 화면 하나하나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그런데 개발 일정이 어그러지고, 디자이너가 피그마에서 어떤 흐름으로 작업해야 할지 물어오기 시작하면서 유저 플로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어요.
유저 플로우가 있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개발자: 화면 간 이동 로직과 예외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음
- 디자이너: 어떤 플로우로 프로토타입을 구성할지 판단 가능
- 기획자: 누락된 기능이나 UX의 단절 구간을 미리 파악 가능
유저 플로우,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
유저 플로우는 복잡하게 그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처음엔 손으로 그렸고, 그다음은 피그마의 플로우차트 플러그인이나 Whimsical 같은 툴을 활용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께 추천하는 팁:
- 사용자의 '시작' 동기를 먼저 정의하세요 (예: 알림을 보고 앱 실행).
- 결과 지점(목표)을 명확히 정하세요 (예: 구매 완료, 회원가입 완료 등).
- 그 사이에 거쳐야 할 주요 화면과 선택지를 나열하고, 연결선을 그으세요.
- 기억하세요. 플로우는 완벽할 필요 없고, 빠르게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유저 플로우를 쓸 때 유의할 점
실제로 유저 플로우를 만들다 보면 갈림길이 많습니다. A 버튼을 누르면 바로 다음 화면으로 가는 게 아니라 팝업이 뜨거나, 추가 인증을 거치기도 하죠. 이런 예외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조건 분기'를 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 로그인 실패 시 → 실패 알림 → 로그인 화면으로 되돌아감
이런 예외 흐름도 함께 포함시키면, 나중에 개발 단계에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어요.
결론
기획자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람입니다. 그런 기획자에게 유저 플로우는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저는 유저 플로우를 그려보면서 ‘기획은 논리의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흐름을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서비스가 점점 선명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혹시 여러분도 처음 기획서를 만들고 있다면, 오늘 단 한 가지 흐름이라도 직접 그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유저 플로우는 비전공자 기획자에게 가장 쉬운 시작점입니다.